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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하나만

[칼럼]살찌는 습관도 유전이다

작성자 단미조선 작성일 2008-11-17 조회수 1067
태어난 지 10개월 된 조카 녀석이 있다. 웃을 때 눈을 찡그리고 소리내지 않고 입만 벌려 웃는 모습이 제 엄마를 꼭 닮아서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신기하다 하시지만 필자는 멘델의 유전 법칙이나 실타래 같은 유전자 배열을 운운하며 지루하게 선명한 해석을 달곤 한다.

비만은 유전일까, 행동의 문제일까?

대부분의 질환이 그런 것처럼 비만 역시 비만과 관련한 특정 유전자들이 밝혀지고, 부모의 비만율과 자녀의 비만율과의 유의한 상관 관계를 통해 유전 요인이 강한 질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비만인 부모의 자녀가 항상 비만은 아닌 것처럼 유전 요인이 다는 아니다. 에너지 잉여 상태를 만들어서 체지방이 쌓이게 할만한 다양한 먹고 움직이는 행동 방식이 또 다른 주요 변수가 된다. 그러니까 비만인 부모는 자녀가 가진 비만 유전자를 고려해서 더 신경 써서 식단을 조절하고 활발한 활동에 참여시키고 하면 자녀만큼은 비만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만약에 이 비만을 일으키는 행동 방식이 비만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라면?
그러니까 ‘배부름을 쉽게 느끼지 못하는 유전자’, ‘먹을 것을 보면 참지 못하는 유전자’, ‘움직이기 싫어하는 유전자’,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유전자’ 에 의해서 행동이 결정되고 그것 때문에 비만이 생긴다면?
최근에는 여러 연구들이 비만이 유전인지 행동의 문제인지에 대해서 ‘유전에 의해 결정된 행동의 문제’ 라는 결론들을 내리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5000 여쌍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공복감에 대한 반응이나 음식을 봤을 때 반응이 환경보다는 유전적 영향이 높더라는 보고를 하였다. 또 FTO라는 비만 관련 유전자와 관련해서 이 유전자의 어떠한 변형을 가진 아동은 공복감이 있을 때 더 참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와 관련해서 비만 유전자의 직접적인 영향은 지방 축적 자체보다 비만 관련한 행동이라는 의견도 많이 제시되고 있다.

비만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심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위의 연구 내용들을 따르자면 부모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결정된 행동 방식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는 죄책감에서 벗어나도 되겠다. 아니, 그런 유전자를 물려준 데 대한 더 강한 죄책감을 갖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만 자신의 유전자의 일부를 물려줄 뿐 이후 유전자의 다양한 배열이나 변형은 결코 부모가 책임질 만한 문제는 아니다.

이런 유전학적인 접근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 현상만 알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원천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내 줄 것이라 기대한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진료실에서 상담은 이렇게 시작하면 될 것 같다.
“ 어디 봅시다… OOO님은 기름진 음식을 보면 미친 듯이 달려드시죠? 어떻게 알았냐구요? 여기 유전자 검사에 다 나와 있어요. 지금까지 본인이 식탐이 강하다고 자책하고 계셨겠군요. 쓸데 없는 시간 낭비 하셨어요. 본인 잘못이 아닙니다. 하하, 저희 병원에 잘 찾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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