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미녀는 괴로워’ 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체중 감량이 이야기의 핵심 모티브다 보니 그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가장 많았던 질문은 그런 일이 가능하냐는 것. 체중의 항상성, 적정체중개념, 정체기 등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그런 질문들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영화 속 이야기일 뿐입니다.’ 로 답변 일관했었다. 그런데 개봉 수개월 후 뜻하지 않게 그 영화를 보고 나서는 ‘ 불가능은 아닙니다.’ 로 답변을 바꾸게 되었다.

영화에는 주인공이 지방흡입술과 다른 성형수술들을 받은 후 일년 이상의 잠행 기간 동안 피나는 식이조절과 운동을 하는 설정이 들어 있다. 여기서 여주인공 변신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판단을 바꾸게 된 결정적 요소는 일년이라는 ‘시간’이었다.

필자가 있는 클리닉에는 특별한 날을 앞두고 도움을 받으러 오는 경우도 많다. 특별한 날에 대한 사연은 결혼식, 상견례, 졸업앨범촬영, 공연, 중요한 맞선 등 다양하다. 이런 경우는 ‘바로 그날’ 자신이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최종의 목표이기 때문에 치료자 입장에서도 거기 맞춰서 치료 계획을 짜보게 된다. 대부분 당사자들은 어떤 어려운 실천 과제도 수행할 의지가 있기 때문에 치료 순응도는 굉장히 높다.

그런데 아무리 강한 의지와 불굴의 노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시간의 문제이다. 아무리 강력한 에너지를 쓴다고 해도 물이 끊기 전까지의 시간은 단축되고 단축될 뿐 결국 존재하는 것처럼 현대 의학의 발전에 의한 다양한 시술들도 임계점 도달까지는 고유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우선, 체중은 한달 정도면 본인 체중의 7~8% 정도, 두 달 정도면 10~15% 정도의 감량이 가능할 수 있다. 물론 그 정도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식이 및 운동을 실천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 정도 감소 후에는 대개 정체기에 이르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 지체가 나타나므로 15% 이상의 감량이 필요하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사전 준비 기간을 갖는 것이 좋다.

날씬한 팔뚝, 날씬한 허벅지를 준비하려면 지방흡입술이나 비수술적 지방분해 시술들을 받으면 되는데 지방흡입수술의 경우 최상의 결과가 나타나는데 4~6주 정도가 필요하며 비수술적인 시술들은 각각의 시술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상의 결과까지 4~12주 정도가 필요하다.

특히 사진을 찍을 때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얼굴 크기, 얼굴형인데 교근, 소위 사각턱 보톡스 시술로 얼굴이 갸름해지고 작아질 수 있다. 보톡스 시술 후 눈에 띄게 얼굴 크기가 줄어들려면 4주 정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얘기는 ‘바로 그 순간’까지의 변신에 국한된 것이지만, 그 이후에도 변화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신 전 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루 밤 사이에 재투성이 아가씨에서 공주님으로 변신한 신데렐라의 마법은 자정까지만 유효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러나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변신한 신데렐라는 자정이 되기 전에 이미 왕자님의 마음을 뺐어 버렸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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